일상

도무지 익숙해지기 어려운

알 수 없는 사용자 2017. 6. 5. 11:00


이 곳에서 생활 하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이 몇가지 있다. 가장 큰 것으로는 정말 철저하게 혼자의 삶. 그나마 가볍게, 이것저것 주워 들어서 알고 있던 것으로는 물가? 그 중에도 삶을 살아보기 전에는, 전혀 결코 알 수 없었던 것 중 하나는 헤어짐.

서울에 줄곧 살았던 나는 새로운 생활을 준비할 당시에 뉴욕이 두렵지 않았다. 어차피 모두 사람 사는 곳, 낯선 언어와 문화가 조금 두려울 수 있지만 금방 적응 할 수 있을거라 아주 자신만만하고 오만하게 생각했다. 뭐, 실제로도, 언어와 문화는 힘들었지만 생각보다는 빠르게 지나갔다. 어쩌면 예측했었기 때문에. 뉴욕이 변화가 빠른 도시라는 것은 예상했었는데, 하지만 서울도 그 어떤 '스피드'의 부분에서는 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었고, 두렵지 않았다. 그래,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무 생각/예측/정보 없이 이 곳에 왔다.

패기있게 아무 생각 없이 이 곳에 온 이후 벌써 2년. 이 곳의 삶이 정말 도무지 익숙해지거나 쉬워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데, 그 이유 중 큰 부분이 바로 '헤어짐'에 대한 부분. 그 때는 자각하지 못했었지만, 한국에서 늘 가족 혹은 친구가 주위에 있었던, 미국에는 가족도 친구도 없이 이 곳에 온 나는 이 '헤어짐'이 정말로 익숙해지지 않는다. 


이 곳은 - 물론 이 곳에 가정이 있고 집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- 많은 사람들이 '일' 혹은 '학업'을 위해 이 곳에 '거주'하는데,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미래를 알 수 없이 지낸다. 나부터 생각해봐도, 앞으로 1년 후 다가올 졸업 이후 직업, 비자, 삶 그 어떤 것에도 확신이 없다. 그리고 그 결과, 많은 사람들이 불안정하게 있다가 갑자기, 정말 갑자기 떠난다. 많은 사람들에게 전반적으로 존재하는 이 '불안정함'은 '관계의 불안정함' 혹은 '헤어짐'을 야기하고, 나는 아직 이것들에 익숙하지 않다 - 에서 더 나아가 힘이 든다.


오늘 나는 또 한번 큰 '헤어짐'을 겪었다.

그 동안 몇 번, 친구나 동료의 헤어짐을 겪으며 '아 - 이런거구나. 이제 조금 알겠네.' 했었지만, 오늘의 이별은 또 다른 크기와 밀도의 커다란 이별이었음에. '아아 - 이런거였지. 이렇게도 되는구나.'라고 또 다시 받아들이고 지나가려 노력한다.


투정같지만, 여기는 참 좋지만 힘들다.



맑았던 어제가 거짓말인 것 마냥 비오고 흐렸던 오늘의 맨해튼