달라진 건 날씨인가?

2017. 6. 4. 15:45
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

매주 토요일이면 지난 한 주를 돌아보는데, 지난 며칠은 정말 폭풍같았다.

일을 시작하기 전 학교와의 서류 진행과(세상에 외노자의 삶인지 무엇인지. 학생비자로 일 하기는 정말 구직부터 아직 출근도 안 한 지금까지 - 앞으로 해야 할 다른 서류들도 산더미에 정말 길고 길고 길고 길다. 이 이야기는 아마 앞으로도 종종 혹은 줄곧 다룰 이야기.) 룸메이트의 갑작스런 이사 혹은 도주(..?), 주변 사람/환경과 관련된 사회생활에서의 끝 없는 변화와 문제.

이 쯤 읽다보면 내 캐릭터를 짐작할 수 있는데, 나는 좀 징징대는 타입이다. 주로 누구에게라기보다 나에게, 나 혼자서.


내가 달리 어찌 바꿀 수 없고 그저 수용하거나 잊어버려야 할 것들을 붙잡고 며칠을 씨름했다. 놓아야 함을 알았지만 그러지 않았고, 며칠간의 사투 끝에 나는 뻔하게도 제 풀에 지쳐 놓는 쪽을 택했다. 뻔히 알고있었던 패배이지만 며칠간 고민하고 몸부림히며 내 안에 스스로 차곡차곡 쌓아놓은 '나의 생각'들은 어디로 가지 않을테니, 이 나름 행복한 패배라고 생각한다.



며칠 전까지 비가 종일 내리고 쌀쌀했던 날씨가 이제 정말 여름의 날씨로 들어섰다. 거리와 사람들의 분위기 또한 본격적인 여름의 분위기이다. 이 곳의 여름은 밝고 행복하고, 그 에너지 속 나도 함께 이따금씩 행복해진다.


예쁜 햇빛과 살랑살랑 바람이 시원했던 토요일의 소호


'날짜에 맞지 않는 이 날씨는 무엇이냐'라는 것까지 운운하며 이불 속에 꽁꽁 싸여 네거티브의 저 밑바닥(이라고 믿는 그 깊은 어딘가)을 찍었던, '나는 도대체 왜 여기에 왜 있는가'라며 머리를 싸맸던 나는, 오늘 마치 다른 사람인 것 마냥 햇빛 아래에 웃으며 걷고 걷고 또 걸었다.

한 주의 시작과 진행이야 어땠던 간에 오늘, 나는 좋은 친구와 좋은 날씨에 걷고 걷고 걸으며 이야기하고 디저트 3차를 먹고 마시며 문제들따위 다 잊어버려서 행복함을 느꼈다. 중요한건 오늘, 지금 나는 행복하다. 한 주의 좋은 마무리이다.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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